이제 사람들이 3년 전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돌아오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그동안 못한 것을 한 번에 해소하려는 마냥 각종 축제 행사에 엄청난 인파가 빅뱅 한다. 심지어 서울역에 쉬이 탈 수 있었던 승강기도 유아차와 반려견차들이 길게 늘어져 있어 정작 목발을 짚는 자는 기차를 놓칠세라 계단을 내달린다. 코로나 때문에 무조건 고위험군라고 겨우 감옥의 운동 시간만큼만 외출을 허용 받던 장애인들의 일상은 과연 그러할까? 

UN장애인인권권리협약 제정 당시 최초로 함께 만들던 여성가족부가 풍전등화여서 아무도 관심 없던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성교육 지원이 깡그리 날아갈 판이고 장애인 연금과 생계 급여를 담당하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먹통이며 수십만 명이 몰리는 불꽃 축제나 대학 축제에서 장애인 주차구역이나 시야를 확보하는 장애인 지정석은 비장애인 관람객도 감당할 수 없다며 기존 제도와 정책은 드라이아이스처럼 사라졌다. 

생색내기라도 장애인 화장실과 휠체어 이용 객석 지원을 잘하던 CGV와 같은 복합대형 극장과 콘서트들은 그 동안의 불황을 만회 하려는지 각종 할인 제도와 휠체어 이용 자리를 밀어 버리고 VIP룸을 만들어 버렸다.

과거 차별적인 접근성과 혐오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인권적인 친철함을 장착한 직원들 때문에 그나마 장애인 손님들은 비장애인들은 자유롭게 관람할 권리와 사회적으로 참여하는 기본권을 짧게 누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문조차 열어 줄 수 없는 무인기 앞에서 휠체어 이용 고객은 대답 없는 호출벨만 바라봐야 한다. 

급상승 하는 물가와 금리로 악화되는 경제로 핑계로 대중들이 겉멋으로라도 부리던 인권의식과 필요성을 정치적으로 욱죄여서 10월 4일에는 대통령이 나서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 일방적으로 폐지했고 초대부터 지속했던 유엔 인권이사회 진출에 실패함으로써 이번 정부는 인권의 백래시를 공식화 했다.

심지어 법으로 부모의 체벌도 폭행이라고 정의했건만 일제고사와 교사체벌 시대로의 반동을 선언했다. 페미니즘을 혐오와 조롱의 낱말로 정치적 이익을 얻은 정치인들은 이제 장애인과 인권의 단어를 서민과 청년들에게 싸움과 갈등의 불쏘시개로 던져 오로지 살아남은 자만을 지원하겠다 한다. 

과거 대학이 여론몰이로 총여학생회를 차례차례 쫓아낸 것처럼 지난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앞 다투어 만들던 각종 인권조례와 인권센터를 축소·폐지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껏 만든 각 시도 장애인복지위원회는 그 존재조차 유명무실해서 관련 조례를 폐기할 생각조차 없다. 장애인 친화적이라는 은평구 장애인복지위원회조차도 몇 년 동안 활동 기사나 회의록을 공개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 

이른바 인권 대통령이 있던 시절에도 각 지자체의 인권센터들은 인권 사안을 검토하고 자문할 위원도 없이 대부분 담당 공무원 단 한명으로 지역에서 온전히 인권의 옹호자로 근무하기에는 안으로는 조직의 갈등까지 도맡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밖으로는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의 불만과 의심의 눈초리에 상처받고 자괴감에 인권 활동의 동기를 상실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예산 집행의 명분과 활동의 설득력은 있었다. 

다른 지지체에 비해서는 우리 마을 인권센터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인권 스타트업의 산실이었던 서울혁신파크도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서울시의 압박에 타협하지 않고 미래에도 작은 단체들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지속할지는 걱정스럽기만 하다. 

사진제공 : 인권재단 사람
사진제공 : 인권재단 사람

코로나를 지나면서 우리 동네에 인권단체 ‘사람’이 새집으로 터를 잡았고 은평구는 평생교육관과 함께 큰 예산으로 ‘Barrier Free’를 주제로 시민 포럼 행사도 성황리에 마쳤다. 우리 마을에는 많은 전·현직 인권활동가들과 인권과 진보를 지향하는 정당인들이 산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독립적인 인권기관을 위해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단식 농성을 한지도 20여 년이 흐른 지금, ‘인권氏’ 의의는 다시금 스러져갈 경각에 있다. 

우리마을 ‘인권氏’께서는 앞으로 무탈하실까? 은평구청 6층에서 여전히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안녕하실런가? 부디 ‘인권氏’가 급변하는 경제상황과 지정학적인 위기에도 우리 마을을 떠나지 않도록 장애인과 많은 다양한 소수자들과 함께 우리들에게 남아있기를, 우리 모두 ‘인권氏’ 모두에게 언제까지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은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언제든지 따순 밥 한 끼 대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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